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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P300 0
등록자 허인학 작성일자 2018-10-17 오전 11:21:37



재규어 F-타입 P300

미완의 완성




이안 칼럼의 휘두른 펜촉에서 태어난 F-타입.

재규어의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가진 얼굴마담이다.

매끄러운 허리 라인을 보고 있으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우과자 광고 카피처럼 자꾸만 손이 갈 정도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게
이런 것일까?



아름답게 흐르는 선, 간결하고 순수한 선, 딱 떨어지는 비율.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섹시한 쿠페가 맞다. 이안 칼럼이 천재이기는 한가보다.

펜 끝으로 흉내 낼 수 없는 마법을 부렸다.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혔던 E-타입의 헤리티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방귀 좀 뀐다는 쿠페들은 어지간해서는 외모 대결을 하자고 덤비지 못할 정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맹수도 떠오른다. 잔뜩 웅크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세. 당장이라도 눈동자에 담긴 탐스러운 사냥감을 낚아챌 준비를 마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재규어의 70주년을 맞이해 옷을 달리 입은 F-타입. 이안 칼럼의 도화지에서 깨어난 지 4년 만의 변화다.

하지만, 변화라는 말을 쓰기 민망할 정도로 바뀐 곳이 거의 없다. 워낙 뛰어난 디자인이라 손을 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날카롭게 치켜세워진 헤드램프, 섹시하게 흐르는 루프라인, E-타입을 연상케 하는 가로라인이 새겨진 테일램프는 그대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극적인 변화가 좋다. 과감하게 여기저기에 덧칠을 했더라면 극찬을 받던 F-타입 고유의 섹시함이 어디론가 숨어버렸을 것 같은 느낌이다.

기다란 문을 열고 실내에 앉아도 큰 변화는 없다. 다이얼 방식의 공조장치와 팝업 방식으로 작동하는 송풍구, 계기반. 게다가 맹수가 미친 듯이 뛰어놀 때 잡으라는 센터터널의 손잡이까지 대부분이 이전 맹수와 비슷한 구성이다.



여러 버튼들은 맹수가 한참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도 조작이 편하다. 전체적인 구성은 다분히 스포츠 쿠페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차선이탈방지 시스템도 넣었다는 점은 추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다만, 조립 품질 부분에서는 디자인과 감성 부분에서 어렵게 얻은 점수를 깎아 먹고 있다. 단순히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운전석 시트의 허리 지지대 부분이 쉽게 빠져 가죽 속 노란색의 스펀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민망한 상태였다.

재규어의 숭고한 역사와 전통이 담긴 맹수의 사냥 실력을 볼 차례. 사실 이번 F-타입의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맹수를 신나게 뛰게 하는 심장이 바뀌었기 때문. V8 그리고 V6 뿐이던 선택지에 2.0ℓ 직렬 4기통 인제니움 심장이 추가됐다.



천문학적인 투자로 얻어낸 인제니움 엔진은 실린더 헤드 캐스팅에 붙은 배기 매니폴드 구조는 트윈-스크롤 터보차저와 조화를 이뤄 터빈 휠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그래서 이름 뒤에 ‘P300’이 슬쩍 따라붙은 것이다. 이 정도면 도심에서 사냥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맹수를 다그치기 시작. 그런데 등골이 오싹하기는커녕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맹수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다.

의아함이 실망으로 바뀔 때쯤 기어레버 옆에 있는 버튼을 체커기로 옮기는 것을 깜빡했다. 일반모드에서는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움직이며 연료를 최대한 아낀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에 두고 패들시프트를 딸깍. 엔진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본능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가속페달은 꽤나 민첩하게 반응하며 속도계 바늘을 올렸다. 4개의 피스톤이 열심히 뛰며 만들어낸 힘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8단 자동변속기의 느낌은 정갈하다.

계속되는 변속에도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어리바리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자꾸만 거슬리는 게 있었다.

바로 소음과 진동. 작은 엔진이 들려주는 소음과 진동은 마치 디젤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금 전 주유소에 들러 휘발유를 넣은 것이 실수가 아니었을까 노파심이 들 정도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포르쉐 718도 4기통 엔진을 달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한 아쉬움이다. 또 하나, 터보차저가 더해져 일어나는 터보렉도 없지는 않다.

진동과 소음 그리고 터보렉. 아쉽기는 하지만 이따금씩 배기구에서 들리는 ‘퍼버벙’ 소리 때문에 위안이 된다.

소리로 위안을 받은 마음은 고갯길을 만나면서 완벽한 즐거움으로 바뀐다. 심장의 무게를 덜어내면서 앞머리를 돌리는 느낌이 상당히 좋아졌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살짝 느리기는 하지만 상위 모델에서는 맛보기 힘들 정도의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웃음이 절로 나는 움직임과 탄탄한 하체의 앙상블. 어울리는 형용사를 찾기 위해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실패. 그저 완벽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이안 칼럼이 그리고 영국 황실이 키워낸 F-타입. 그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작은 P300은 어딘가 모자라면서도 부족함이 없는 느낌이다.

맹수의 본능은 살아있지만, 아직 다 나오지 않은 이빨과 다듬어지지 않은 발톱을 가진 느낌이다. 분명한 단점 그리고 장점. 단점과 장점은 서로 높은 곳을 깎아내고 패인 곳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다. 미완의 완성이라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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